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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통문’과 ‘양성평등주간’의 의미가 교차한

9월 첫째 주, 어느 날을 보내며…

 

감염재난.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엄청나게 바꿔놓았다. 코로나,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자각하고 일상의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것과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개인에게도 주어진 것이다.

 

글 이정아 대표(경기여성단체연합)

 

정부는 지난해부터 양성평등주간을 법정기념일로 지정, 9월 첫째 주간에 시행하고 있다. 애초에 이 주간은 여성발전기본법(1996)이 제정되면서 매해 7월 첫째주에 시작됐으며, 여성을 ‘발전의 대상’, ‘요보호 대상’으로 여겼던 것에서 출발한다. 이후 양성평등기본법(2015)으로 개정되면서 ‘여성의 사회적 권한과 역할’에 대한 재정의 등이 포함된 내용으로 시행됐다. 9월 첫째주로 옮긴 것은 ‘여권통문’의 발견과 궤를 같이 한다. 1898년 9월 1일 ‘여학교 설시통문’을 통해 여성의 평등권을 주장하며 삶의 주체성을 확립해 나갔던 당시 그녀들의 목소리와 시대공명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주간’의 의미나 ‘법정기념일’로서의 의미를 ZOOM(온라인)으로 연결된 모니터 밖으로 나오기 어렵게 만들었다. 사회변화의 대응력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 테이블 역시 축소되었다.

 

여기에 일부 지자체 등에서는 양성평등주간이 다양한 성평등 의제들을 다룰 수 있는 기회였음에도, ‘도대체 여기는?’ ‘우리는 누구?’ 질문이 생기는 행사들이 열렸다. 성 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역할 규범 드러내기…그러자니 결혼 중심의 4인 정상 가족 프레임의 작동은 오히려 자연스러울 지경이다. ‘부부 요리 경연대회’, ‘부부 특강’…‘부부’가 아니면 이 주간의 의미는 남의 이야기다. 2021년을 사는 우리가 1898년에 여권통문을 통해 외쳤던 그 날보다 퇴행적 행위를 목격해야 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양성평등주간은 이성애 결혼 부부의 이야기를 나누는 주간으로 이해되고 있거나 양성평등은 남성과 여성이 모든 역할에서 1:1의 수량적 평등을 이루면 된다는 생각에 멈춰있기에 가능했을 법한 기획이다. 그리하여 부부가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부부가 초대되어 공감의 시간을 통해 그 말간(?) 표정이 행복의 표정으로써 연출된 장면은 주간의 의미 상실이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2021 수원시 양성평등주간 포럼 ‘여성/인권/공간, 새로운 길을 찾다! 성매매 집결지를 다시 생각하다’의 경우처럼 지역 현안을 주간 포럼의 의제로 다루어 공론의 장을 마련하거나 안양시와 김포시처럼 온라인 여성영화제를 통해 다양한 성평등 주제 의식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온라인 공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차별금지평등법 연내 제정을 위한 캠페인 등 시의성을 담보하는 다양한 내용이 지역 여성 시민사회단체 등과의 거버넌스를 통해 논의되고 시행된 곳도 있다. 경기여성단체연합 역시 ’여성의 일자리 소멸‘과 ’먹고사는 문제‘의 심각함을 인지하고 ’여성 프리랜서의 지역 현황, 특히 50~60세대의 상황을 영상에 담아 오픈하는 등 곳곳에서 주간의 의미 공유와 확산을 위한 활동에 참여했다.

 

양성평등주간은 시민의 성인지 감수성 확산의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길 기대하며 내년 9월 첫째주에는 주요 성평등 의제를 담은 지역 정책을, 그리고 여성인권영화제 등 지역 성인지 문화 확산 캠페인에서 시민들과 만나길 기대한다. 각 지자체 등에서의 변화된 ‘주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이정아 대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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