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집콕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홀로 문화 생활을 즐기는 일이 많아졌다.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도 방구석 1열 영화관을 갖는 데 한 몫 했다.

밖에 나가는 것이 아직은 조심스러운 요즘, 예전에 봤던 영화들을 페미니즘(여성주의) 시각으로 다시 시청해보면서

젠더 감수성을 일깨워보는 것은 어떨까?

영웅이 된 디즈니 속 여성 캐릭터들

"더 이상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지 않아. 이젠 내가 영웅이야!"

■ 캡틴 마블 (2019) "내가 너에게 증명할 것은 없어"

 주인공 캡틴 마블이 과거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며,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되어가는 성장기를 그린 영화다. 기존의 서사 방식을 탈피하여, 남성 캐릭터들은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이거나 비겁한 악당일 뿐이다.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연대하는 이들은 모두 여성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역시 캡틴 마블이 각성하는 장면이다. 과거 어린시절부터 '여자라서 안돼, 너는 나약해, 이 곳에는 낄 수 없어'라는 통제 속에서 넘어지고 쓰러졌던 주인공은 다시 일어나 잃어버린 줄 알았던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다. 그리고 자신을 통제해왔던 이들을 향해 "난 항상 통제 당한 채로 싸워왔지. 만약 내가 자유로워진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외친다. 주인공의 이 명대사는 깊은 울림을 준다.

  '여성 조종사는 전투기를 끌 수 없어. 엄마는 집에 남아 아이를 돌봐야지.' 사회가 만들어놓은 틀은 마치 원래 내 생각인 것처럼 나를 장악한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은 그 틀을 부수고 그 안에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만약 우리도 성역할 고정관념과 성차별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우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 알라딘 (2019) "나는 침묵하지 않을거야!"

 디즈니 명작 애니메이션 알라딘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화려한 영상미와 유명배우 윌 스미스가 램프의 요정 지니로 출연해 유명세를 탄 뮤지컬 영화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사랑받은 캐릭터와 뮤지컬 넘버는 바로 쟈스민 공주(배우 나오미 스콧)의 'Speechless'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쟈스민 공주가 악당에게 붙잡혀 알라딘의 구조를 기다렸던 수동적인 캐릭터였던 것과 달리, 배우 나우미 스콧이 연기한 쟈스민 공주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캐릭터다.

  아버지 술탄이 왕위를 빼앗기는 위기에 처하고, 이를 빼앗는 악당 자파는 쟈스민 공주에게 '공주의 본분을 다하라. 그저 침묵해라'라고 명령한다. 이에 쟈스민은 '나는 절대 침묵하지 않을거야. 나를 막을 순 없어. 난 두렵지 않아. 날 가두려 할 수록 내 날개짓은 더 강해질거야'라고 노래한다. 노랫말대로 쟈스민은 악당을 물리치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술탄이 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왕국 아그리바를 다스리는 현명하고 용감한 왕이 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를 보며 자라는 소녀들의 미래가 '사랑'과 '결혼'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진정한 꿈을 찾고 이루는 것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