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할 것은 여성가족부가 아닌 성차별을 선언하는 공약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월 15일 저녁,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는 저의 핵심 공약이 맞습니다.’라는 글을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에 올렸다. ‘가정에 배포되는 선거 공보물 일부에 위 공약이 빠진 것은 홍보 수단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전략’일 뿐이라며 지지자들을 다독였는데 이는 안티페미니즘에 목소리를 높이는 일부 남초 커뮤니티 반발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성차별적 인식과 무지로부터 나온 한심한 공약은 대선 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되고 있다. 윤 후보는 사법 공약에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며 대놓고 ‘검찰 공화국’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하고, 성폭력 가해자가 ‘일단 무고’로 피해자를 움츠러들게 만드는 현실은 외면한 채 성범죄와 무고를 동일 선상에 놓으며 무고죄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 12일, 선거에서 여성 정책이 실종되고, 혐오와 배제가 정치의 도구로 사용되는 대선 상황을 비판하며 서울 보신각에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 행동’ 참가자 299명이 모였다. 발언자들은 이미 성차별적이고 구조화된 지 오래된 노동시장 속 여성 노동자의 문제, 가부장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여성 폭력, 여성 혐오, 여성 빈곤 그리고 성 착취 피해자들에 대한 문제까지 다양한 여성 문제에 대해 발언했다. 여성주권자들이 여성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목소리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20대 대선은 ‘여성도 주권자다.’라고 외쳐야 할 만큼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윤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청년이 내일을 꿈꾸고 국민이 공감하는 공정한 사회 - 여성가족부 폐지’를 일곱 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가 말하는 ‘청년’은 대체 누구이며 그 ‘누구’만의 내일과 그 ‘누구’에게만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발표된 2020년 국가성평등지수는 전년보다 겨우 1점 상승하였고, 의사결정 분야는 가장 저조해 한국사회의 공고한 ‘유리천장’을 재차 확인케 했다.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조사가 시작된 이래 9년 연속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아내를 살해한 남편이 체포되었고, 15일에도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이 접근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접근한 가해 남성에 의해 피살되었다. 친딸을 성폭행해 죽음으로 내몬 남성은 고작 7년 형을 선고받았고, 호감 거절을 이유로 직장동료 음료에 락스를 넣은 남성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정말 한국 사회에 구조적 성차별 문제가 없으며, 여성 대상 범죄는 개인적인 일인가.
매일같이 폭력 피해를 입거나 살해당한 여성, 일터에서 위협받는 여성,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조차 안전하지 못한 여성들의 기사가 쏟아지지만, 여성을 향한 차별과 폭력이 ‘옛날얘기’라 이야기하는 이는 얼마나 본인만이 안전한 세상에서 공정을 이야기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국민 전체를 대변해야 할 대통령 후보는 대체 누구만을 청년과 국민으로 바라보고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난무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채 여성가족부 폐지, 성폭력 무고죄 처벌 강화 등 반(反)여성적 공약에 공감할 수 있는 이는 오직 차별에 찬성하는 차별주의자뿐이다. 윤 후보는 반여성적 행보로 세력을 다지고, 차별과 혐오의 정치로 표를 모으는 행태를 멈추고, 무책임하며 성차별적인 공약을 즉각 철회하라!
<함께하는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 행동>
[시국토론회] 세대와 젠더 분열을 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 행동 포럼 : 미투에서 대선까지
- 일시 : 2022년 2월 19일(토) 오후 2시
- 장소 : 서울여성플라자 1층 국제회의실 / 온라인 줌
- 참여신청 : bit.ly/주권자시국토론
[온라인서명] 차별과 혐오, 증오선동의 정치를 부수자 -페미니스트 주권자 10만 명의 목소리를 "온라인 서명"으로!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변화'를 전해주세요!
- 서명 기간: ~ 2022.3.8.(화)
- 참여링크: https://campaigns.kr/campaigns/574
* 관련기사
1. https://news.v.daum.net/v/20220215204022605
2. https://news.v.daum.net/v/20220214121023956
* 출처 : 한국여성의전화 화요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