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여성의 죽음 앞에 '잠재적 가해자' 타령, 가당치도 않다.
‘데이트 폭력’으로 신변 보호를 받던 또 한 명의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했다. 이 여성은 지난 19일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 남자친구에게 6개월에 걸친 스토킹을 당하다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 있기 한 달 전인 지난 10월 17일에는 한 남성이 이별을 통보한 여자 친구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아파트 19층에서 떨어뜨려 살해한 사건이 있었고, 8월에는 전 남자친구에게 황혜진 씨가 살해당했다. 그런데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데이트폭력에 대한 천박한 인식과 무지를 드러내며 물의를 빚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지난 21일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의 특성 중 하나인 젠더화 된 여성폭력의 문제점을 짚은 장혜영 국회의원의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프레임은 정치권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글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렸다. 누구도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 하지 않았음에도 고유정 살인사건과 비교하며 사건의 본질을 흐렸다. 공당의 대표라면 먼저 데이트 폭력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 순서일진데 그는 ‘페미니즘’, ‘선동’이라는 단어로 그것을 대체했다. 이준석 대표의 글 어디에도 피해자의 명복을 빌거나 유족들을 위로하는 말은 없었다. 오직 성차별주의자를 대변하는 말들로만 채웠다. 공당의 대표가 할 말이 고작 그것밖에 없는가? 여성을 포함한 모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기 위해 대표된 것인지 일부 성차별주의자들만을 위해 대표가 된 것인지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원하는 대한민국에 과연 여성은 존재하는가?
지난 3개월 동안 언론에 보도되어 크게 이슈가 된 데이트 폭력 사건만 3건이고, 3명의 여성 모두 사망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여성 누군가는 남자친구나 남편에게 협박과 폭력을 당하며 죽음에 내몰리고 있을 수 있다.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정치인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가. 우리 사회가 국민인 당신의 안전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 정책과 그 집행이 미흡했다는 말,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해나가겠다는 말, 왜 안 하는가.
대통령 선거 유권자는 ‘안타깝게도’ 여성이 반이 넘는다.
2021년 11월 23일
<발췌: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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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과 함께 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1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