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뇌물 거래’가 아니라 ‘성폭력’의 문제다]
3월 25일,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중간보고 결과를 내놓았다. 김학의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 곽상도와 이중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에 대한 수사 권고가 그 내용이다. 추가적인 수사 권고를 예고하기는 했지만, 피해여성들이 2013년부터 현재까지 제기해 온 여성폭력 문제에 대한 수사 권고는 누락되어 유감스럽다.
수년간 본 사건의 가해자들은 수많은 피해 여성들을 약물과 폭력으로 강간하고, 이들의 몸을 거래하고 촬영하였으며, 자신들의 위세를 이용해 위협·통제하면서 이들을 '성적 도구'로 착취했다. 2013년 검찰은 성폭력 범죄 피해자를 마땅히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2차 피해를 입히고, 재판을 받을 최소한의 기회조차 박탈하였다. 2019년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또다시 용기를 낸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뇌물 혐의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의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한 수사만을 권고하였다. 본 사건의 가해자들과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그리고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인 검찰 과거사위원회,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조차 거듭 피해 여성들을 인간이 아닌 남성 권력의 ‘도구’이자 ‘뇌물’로만 취급하고, 성폭력을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말한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의 실체 규명”, “신속하고도 공정한 수사”는 어불성설일 것이다.
한국 사회가 어떻게 이다지도 꾸준히 여성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 참으로 참담하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본 사건의 본질이 ‘뇌물 거래’가 아니라 ‘성폭력’의 문제임을 확실히 하는 권고를 내놓길 강력히 촉구한다.
-한국여성의전화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