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로 연결된 남성 카르텔 박살내자
- ‘버닝썬 게이트’, 고 장자연씨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관통하는 것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남성에게 룸살롱과 나이트클럽, 클럽으로 이어지는 일단의 유흥은 궁극적으로 여성과의 잠자리를 최종적인 목표로 하거나 전제한다. …그러니 이러한 풍경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동방예의지국의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 아름다운 대한민국, 아름다운 서울. …8만원에서 몇 백만원까지 종목과 코스는 실로 다양하고, 그 안에 여성들은 노골적이거나 간접적으로 진열되어 스스로 팔거나 팔리고 있다”
- ‘나의 서울 유흥문화 답사기’, 『상상력에 권력을: 탁현민의 한 권으로 읽는 문화 다큐』 중
여성에 대한 성 상품화와 착취를 ‘일반 남성’의 ‘유흥문화’라 일컬으며,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예찬한 이 문제적 글은 한국 사회의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산업화되어 번창하는 이유를 자명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12월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을 시작으로 촉발된 일명 ‘버닝썬 게이트’ 보도가 연일 쏟아지는 가운데, 경찰 등 공무원 유착·비리, 마약류 유통과 투약,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불법촬영 및 피해촬영물 유포, 성매매 알선과 성매수, 성형외과 브로커 불법영업, 탈세 등 범죄 혐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의 범죄 행위는 낯설지 않다. 가족, 직장, 학교, 거리, 온라인 등 모든 공간에서, 노동과 여가, 일상적인 생활과 관계 안에 강간문화는 활개를 치며,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침해, 폭력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우리는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남성의 놀이와 유흥거리로, 그들의 향응, 뇌물과 상납의 도구로, 남성간의 유대와 연대를 공고하게 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착취하여 이득을 취하는 아주 오래된 문화와 산업이 존재함을 안다. ‘버닝썬 게이트’로 드러나고 있는 유흥업소를 매개로 한 남성 카르텔은 2009년 ‘고 장자연씨 사건’,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2016년 ‘박유천 성폭력 사건’, 불법촬영물을 둘러싼 ‘웹하드 카르텔’ 등을 통해 드러난 사실과 다르지 않다. 성매수, 강간약물, 불법촬영물 등을 일상적으로 향유하는 남성문화에 속한 이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이다.
클럽 내 약물 및 성폭력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정부는 경찰청을 필두로 마약류 등 약물 이용 범죄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마약류 유통, 약물 성폭력, 불법촬영물 유통 등에 대해 집중단속을 하겠다고 한다. ‘버닝썬’ 관련 범죄 수사가 진척을 내는 가운데, 지난 10일 승리가 성매매 알선 혐의로 정식 입건되었고, 해당 범죄가 이루어진 단체 채팅방에서의 불법 촬영 및 유포행위가 적발되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을 기대해도 될까. 수많은 목소리가 여성에 대한 성착취로 연결된 남성 카르텔을 고발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외침에 공권력은 유착과 은폐, 부실 수사로 응답하기 일쑤였고, 유명 연예인, 고위공직자를 비롯한 권력자들이 돈과 권력, 그들의 연대를 이용하여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
12일, 2016년에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당했으나 빠져나갔던 정준영이 같은 혐의로 공식 입건되었다. 그러나 같은 날,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고 장자연씨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등에 대한 진상조사단의 활동기한 연장 요청을 거부했다. 작년 8월 말이었던 조사기한이 여러 차례 연장하게 된 책임 역시 검찰과거사위원회와 진상조사단에 있으나, 이번 달 말까지 충실한 조사와 그에 따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조사기한 연장 요청을 불허한 것은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특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조사도 마무리하지 않은 채로 활동이 중단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과거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증거 누락과 사건 뭉개기, 검경 간 책임 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하더니 조사도 안 끝났는데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이토록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공권력이 과연 ‘버닝썬 게이트’로 떠오른 남성 카르텔을 발본색원할 수 있을까. 아직 기회는 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범죄 수사, 가해자 엄중 처벌로 성착취로 연결된 남성 카르텔을 부수는데 공권력이 제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를 바란다.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190312
출처 : 한국여성의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