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범죄 피해여성의 신변보호와 자립지원을 강화한
가정폭력방지법 개정법률안 발의를 환영한다
오늘 8월 24일, 국회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존엄성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삼고, 이혼 진행 중인 피해자와 피해자 자녀의 안전 보장 및 피해여성의 자립지원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001773)이 정춘숙 의원 대표발의로 발의되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이혼 과정 중인 피해자 신변보호 ▲피해자의 수사기관 또는 법원 출석 시 경찰 동행 ▲비밀엄수 의무자 확대 ▲피해자에 대한 ‘생활보호 특례’ 조항 ▲피해자 자립지원금 지원 ▲피해자의 특성을 고려한 보호시설 종류 확대 ▲상담소나 보호시설 종사자 신변보호 강화 ▲고용 상 불이익 위반 시 처벌조항 등이다.
개정안 내용 중 특히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 과정 중 가해자에 대해 자녀면접교섭권 및 부부상담을 제한하고, 피해여성과 자녀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비밀엄수 의무자를 확대하여 안전을 위협받지 않도록 한 것은 폭력에서 피신한 여성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조항들이다. 또한 쉼터로 피신한 피해여성들에 대해 범죄피해자로서 별도의 자산 조사 없이 모두 지원하고, 자립·자활을 위한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며, 쉼터 퇴소 뒤 자립 지원금을 지원하여 생존권을 보장하도록 한 조항들은 피해여성들이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기 위한 최우선 과제이다.
이달 12일, 한 여성은 이혼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집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지난해 5월에는 피해여성이 이혼소송 중에 찾아온 가해자에게 흉기로 수차례 찔려 살해됐고, 12월에는 자녀면접교섭권을 빌미로 찾아온 가해자로부터 피해여성과 자녀 모두 살해됐다. 2013년에는 쉼터로 피신해 이혼소송을 낸 피해여성에게 법원이 부부상담 명령을 내린 상황에서, 이혼해주겠단 빌미로 집에 오도록 한 가해자로부터 피해여성이 목을 졸려 살해됐다. 이처럼 여성들은 가해자의 폭력으로부터 탈출하려는 과정에서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고 있다. 피해여성들은 또한 가해자의 협박과 추적에 노출되고 있으며, 쉼터로 피신했지만 관련 공무원, 경찰, 교육기관, 의료기관 등 관계자들의 정보 노출로 위험에 빠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국가로부터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폭력 피해에서 살아남기 위해 쉼터에 입소한 가정폭력범죄 피해자의 대부분은 집과 재산을 모두 두고 탈출하며, 자신의 힘으로 피난처를 마련할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이 안 되는 상황이다. 설령 피해자 명의의 재산이 있다 해도 현재 가해자가 점유·이용 중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신변 노출의 위험으로 재산에 대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는 입소자 자산조사를 실시하여 시설수급, 비수급자로 나누고, 시설비수급자에게는 의료급여증을 발급하지 않는 등 행정적 편의에 따라 차등적용함으로써 피해여성들을 지원하는 데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쉼터에서 퇴소한 뒤의 주거 및 생계를 해결하기 어려운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이로 인해 가해자와의 관계를 단절하지 못하면서 또다시 폭력에 노출되는 상황에 놓인다. 따라서 쉼터 퇴소 시 생계비 및 주거 마련을 위한 자립지원금을 통해 자립의 기반을 제공하는 것은 폭력 예방 및 피해여성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핵심 과제임에도 지금까지의 제도적 공백은 이를 놓쳐왔다.
‘가정’을 지키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법과 정책, 가해자 처벌은커녕 피해자 보호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피해자들의 생명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으며 또한 위태롭다.
내년은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가정폭력범죄 피해자의 신변안전과 자립지원을 강화하는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20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가정폭력방지법이 개정되어 가정폭력범죄 피해여성들의 생존이 달린 안전과 자립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시민들과 함께 가정폭력범죄의 특성을 반영하고 피해자의 권리에 입각한 법 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힘을 모아갈 것이다.
2016. 8. 24
한국여성의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