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 “부끄러움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몫입니다!”

by kmwhl posted Nov 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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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

 

2021년 <여성폭력생존자, 여성폭력을 말하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 행사에서 네 명의 용기 있는 여성폭력생존자가 자신의 폭력 피해 경험을 증언했습니다. 부디 용감한 이분들의 증언이 우리 주변에 있을 여성폭력피해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부끄러움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몫입니다!”

 

글 : 미도리

 

그날은 ‘나쁜 일은 나에게도 생길 수 있구나’를 느낀 날이었습니다.

정말 사소한 일로 남편과 말다툼하는 중 남편은 첫째 딸아이가 말을 잘못 전달해서 엄마 아빠가 싸우게 되었으니 “네가 좀 맞자”라면서 아이의 허벅지를 힘껏 걷어찼습니다. 남들보다 작은 체구였던 10살 첫째 아이는 아빠의 발길질 한 번에 힘없이 쓰러져 벽에 부딪혔습니다. 그 전부터 폭력성이 점점 심해지던 남편은 10년 넘게 해온 유도를 그렇게 가정폭력에 이용했습니다. 아이가 맞고 쓰러졌는데도 남편은 아이를 또다시 때리려고 움직였습니다. 제가 아이를 끌어안고 막아서자 그때부터 남편의 폭력은 저를 향했습니다. UFC 선수들이 경기할 때처럼 남편은 저를 때렸고, 제가 일어날 수 없도록 때리고 발로 찼습니다. 편백나무가 들어있는 베개로 저의 배를 내리치며 ‘죽어야 한다’라는 말과 함께 제 목을 발로 밟아 일어나지 못하게 했습니다. 숨이 안 쉬어지는데도 남편은 발을 빼지 않았습니다.

발버둥을 치다가 가까스로 벗어나 방에 있는 핸드폰을 가지러 가려고 하자 남편은 제 머리채를 잡아끌고 나와 다시 때리기를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들리길 바라는 마음에 살려달라고 수없이 외쳤지만 아무도 문을 두드려 주거나 신고를 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맞으면서도 핸드폰을 잡으려 방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번번이 끌려 나가 맞기만 여러 번. 가까스로 경찰에 전화하자 따라 들어온 남편은 “아~경찰~ 오세요~! 오세요~!”하면서 비아냥거렸습니다. 그 사이 남편은 근처에 사는 시어머니에게 전화한 모양이었습니다. 그 밤에 경찰과 시어머니가 집에 도착했고, 시어머니는 오자마자 저에게 “동네 창피하니 경찰들 좀 보내라”라고 했습니다. 경찰이 사건 조사를 위해 저에게 질문을 하는 중에도 시어머니는 “쟤가 살짝 밀어서 넘어진 거지? 그렇지?” 하며 별일이 아닌 듯 아들의 폭력 사실을 감추려 했습니다.

 

의사는 제 상태를 보고 입원을 하라고 했고, 그 후로 임시 조치 결정이 될 때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시어머니는 아이들의 선생님과 저의 안부를 묻는 유치원 엄마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친정엄마가 위독하셔서 친정엄마를 돌보러 내려갔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합니다. 제 상황도 너무 안 좋았지만, 아이들의 심리상태는 너무 좋지 않았고, 잠깐 쓰레기라도 버리려고 나가면 큰아이와 둘째 아이가 너무 불안해했습니다.

고통의 상황 속에서도 저에게는 도움의 손길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응급실에 들어간 후 지방에 계신 친정엄마는 밤새 운전하고 올라와 저를 돌봐주셨습니다. 남동생도 그 새벽에 왕복 4시간을 달려와 제가 갈아입을 옷가지와 필요한 물품을 챙겨다 주었습니다.

지인들의 도움으로 변호사를 소개받았고 이혼에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신이 지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저에게 엄마와 남동생은 힘들어도 공백을 두지 말고 이혼 준비를 하자며 저를 지지했습니다. 남동생은 회사 일로 바쁜 중에도 제 이혼 소송에 대한 준비를 꼼꼼하게 도와주었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이혼 이후의 계획까지 전반적으로 조언해줬습니다.

광명에 살고 있던 친구는 저에게 광명여성의전화를 소개해주며 상담을 받으면 심리적으로 치유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제 친구가 먼저 광명여성의전화에 저에 대한 상담을 받았고, 제가 만약 상담받지 않겠다고 한다고 해도 꼭 설득해서 상담받을 수 있게 부탁을 했답니다.

심신이 바닥에 있던 상태로, 정말 아무 의욕도, 식욕도 없고, 잠도 못 자고 지내던 저는 옆에서 저렇게 애쓰는 가족과 친구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아 제 삶이 되살아나도록 애썼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폭력에서 벗어나 살면서 활력이 생겼고, 아이들도 술만 마시던 아빠 때문에 주말마다 집에만 있다가 바쁜 일상을 보내며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조 모임에서 만난 분들에게 얻은 정보로 직업훈련도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가 가장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어깨가 무겁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할 수 있고, 아이들이 원했던 것을 눈치 보지 않고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더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부끄러움은 가해자가 느껴야 합니다.

어제의 나를 거름 삼아 새로운 나를 찾으시길 간절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못해 살았던 저 역시 지금은 새로운 나를 찾아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돌이켜보면 지난날의 우리는 너무 힘들었지만, 앞으로의 우리 인생은 꽃길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다 같이 힘내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고, 진심으로, 진심으로 우리 모두를 응원합니다.

 

■ 여성폭력 피해 전문상담기관 안내

- 광명여성의전화 : 02-2060-2545 / 02-2616-2545

여성긴급전화 : 1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