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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

 

2021년 <여성폭력생존자, 여성폭력을 말하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 행사에서 네 명의 용기 있는 여성폭력생존자가 자신의 폭력 피해 경험을 증언했습니다. 부디 용감한 이분들의 증언이 우리 주변에 있을 여성폭력피해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목소리를 내세요”

 

글 : 아율

 

 여러분.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가했다면, 어떤 느낌이 드시겠습니까? 그 가해자가 제일 가까이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면? 아니, 더 나아가 그 가해자가 나와 한 지붕 아래 같이 밥을 먹고, 숨을 쉬고,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몸과 마음이 감당되지 않을 정도로 견디기 힘들지 않을까요? 저는 온 몸의 신경이 마비된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두려웠습니다. 이 모든 것이 내 잘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20년을 넘게 살아 왔습니다.  어느 날 새벽, 남편은 잠을 자고 있는 저를 다짜고짜 때렸습니다. 저는 눈 혈관이 터지고, 코피를 한참 흘려 양쪽 코에 휴지로 겨우 막았습니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저를 보면서 남편은 어떻게 성적 욕구가 생길 수 있을까요? 그러면서 날 때린 이유가 자신의 잘못이 아닌 내 탓이라면서 저더러 무릎을 꿇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과연 이런 사람이 제대로 된 사람일까요?

 평소 남편은 저의 얼굴, 등, 가슴, 거의 상체 쪽을 주먹으로 많이 때렸습니다. 제 눈은 항상 시퍼렇게 멍이 들고 부어있었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시어머니는 “집구석에서 왜 싸우냐. 이웃사람 보기 창피하게 왜 지랄들이냐.”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는 “안 보이는데 때려야지, 왜 멍청하게 보이는 데를 때렸냐.”고 하더군요.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잖니 제 가슴은 무너졌습니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딸이어도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정작 본인 딸이었으면 쫓아가서 이혼시키고 위자료도 받고 남았을텐데...’

 저는 그들과 함께 있을수록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억울하고, 고통스럽고, 또 괴로웠습니다. 남편과 시어머니는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제 탓을 돌렸습니다. 둘째가 사고를 치는 것도 제 탓, 남편이 일하지 않는 것도 제 탓, 바깥에 다른 집 아이들이 떠드는 것도 제 탓, 두 모자가 싸우는 일도 제 탓, 그냥 온통 다 제 탓이었습니다.

 항상 저에게 ‘니 년만 없으면…’하고 욕을 했습니다. ‘개 같은 년’과 같이 심한 욕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그들 앞에서 힘없는 죄인이었습니다. 하루는 집을 구하는데 잘 구해지지 않는다면서 길거리 한복판에서 어머님께 뺨을 맞은 날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길거리에서 때려놓고 집에 와서는 미안하다고 합니다. 그 사과가 과연 진정성이 있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남편의 폭력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들었는데, 시어머니까지 합세하여 저를 괴롭히니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습니다.

세 아들이 다 크고 난 지금, 시어머니는 ‘키우는 건 내가 다 했다. 너는 애만 낳았지 한 게 뭐냐?’라고 말합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일하지 않는 남편을 대신에 제가 열심히 일을 다니고 돈을 벌었습니다. 집에 대한 빚도 제가 다 갚았습니다. 애들 교육도 제가 다 시켰습니다. 그렇게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는데,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지켰는데, 이제 와서 저에게 “여기 내 집이니까 나가라.”고 한다니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분노와 허탈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고통 속에 있던 어느 날 셋째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엄마, 언제까지 아빠의 횡포를 봐 줄 거예요?” 마치 머리에 번개를 맞은 듯 번쩍 했습니다. “엄마, 이제 더 이상 아빠나 할머니한테 끌려 다니지 말고 엄마 자신을 위해 사세요.” 아들의 그 말 한마디는 저에게 용기가 되고, 힘이 되었습니다. ‘그래, 피해자는 난데, 왜 내가 이렇게 도망쳐 나와 두려워해야 할까? 가해자는 저렇게 편하게 살고 있는데, 왜 난 마음을 졸이면서 살아야 할까?’ 그렇게 아들의 말 한마디는 제가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남편과 시어머니의 폭력과 폭언에 대해 한 번도 경찰신고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의 말을 들은 전 처음으로 경찰 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혼 소송을 시작하면서 저는 그 집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셋째 아들과 함께 친정엄마 집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주민센터 직원의 도움으로 지금은 셋째 아들과 함께 지낼 새로운 보금자리를 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들이 말합니다. “엄마, 나랑 같이 행복하게 살면 돼.” 셋째 아들의 말처럼, 이젠 저를 위한 삶을 살고자 합니다. 

아율아, 넌 과거에도 열심히 살았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어. 이제는 좋은 일만 가득 할 거야. 너는 행복을 누릴 자격이 충분히 있어. 용기를 가져도 돼. 여러분, 물리적인 폭력만이 폭력이 아닙니다. 정신적 폭력도 폭력입니다. 나 혼자 참으면 된다고 절대 생각하지 마세요. 저 또한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했으나, 오히려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고, 나 자신을 잃게 되더군요. 저는 이 자리에서 저와 비슷한 삶을 살고 계시는 모든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목소리를 내세요. 힘을 내세요. 저도 해냈듯이 여러분도 해낼 수 있습니다. 저보다 더 잘 해낼 수 있습니다.

 

용기를 가지세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 여성폭력 피해 전문상담기관 안내

- 광명여성의전화 : 02-2060-2545 / 02-2616-2545

- 여성긴급전화 : 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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