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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

 

 

2021년 <여성폭력생존자, 여성폭력을 말하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 행사에서 네 명의 용기 있는 여성폭력생존자가 강단에 서서 자신의 폭력 피해를 증언했습니다. 광명여성의전화 소식지는 여성폭력생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그분들의 동의 하에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부디 용감한 이분들의 증언이 혹시라도 우리 주변에 있을 여성폭력피해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도 혼자가 아닙니다!”

 

 

글 : 사랑

 

 

 

저는 지금 가정폭력으로 인하여 이혼 소송 중입니다.

결혼 전 가해자는 제가 좋다며, 자기 아이들을 잘 키워줄 거 같다고 결혼하자고 했어요. 가해자에게는 아이가 둘 있었고, 저는 아이를 임신한 후에야 부모님께 결혼 허락을 받았어요.

가해자의 폭력은 막내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니 본색이 드러났어요.

밥상을 차리면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밥맛을 못 맞추냐.”부터 시작해서 친정엄마 욕까지 매일 했어요. 그리고 “넌 가만히 있어. 아무 일도, 아무 짓도 하지마. 내가 알아서 결정할테니.” 이런 이야기를 항상 들었습니다. 저는 아이들 앞에서도 폭언을 들어야만 했고, 존재감은 바닥이었어요. 어쩌다 가해자 말에 응해주지 않으면, 그 폭언은 폭력으로 돌변하기도 했고요.

 

 

가해자는 저를 항상 때리고 한 두 시간 지나면, 제게 웃으면서 다가와 “니가 가만히 있으면 안 맞을걸. 붕어냐? 맞을 걸 알면서 왜 덤벼?”라고 말했어요. 그리고는 사랑한다고 합니다. 나의 감정은 전혀 없다고 봐야 해요. 하루는 자동차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하 주차장에서 무릎 꿇고 손들고 있게 시켰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를 쳐다볼 때마다 그 수치심은 정말 말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항상 폭력을 당해 상처가 나면 가해자와 같이 병원에 가서 다른 병명으로 치료를 받았어요. 그러다 저 혼자 몰래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써달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 제게 의사는 “먹고 사는 게 힘들지 않으면 그냥 참고 사세요. 상해로 오는 다른 여성분들이 많아요. 웬만하면 참고 사세요. 별다른 남자 없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또 다른 2차 가해를 당하는 거 같아 정말 괴로웠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절망스러웠어요. ‘참고 살아야 하는구나!’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참는 것 밖에는 없었어요.

 

 

어느 날은 제가 죽는다고 14층 난간만 잡고 다리를 내려놓은 적도 있고요.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아들이 119에 신고해서 나온 적도 있어요. 가해자의 폭언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해 몇 번 식칼을 들고 죽는다고 하기도 했어요. 저는 너무 견디기가 힘들어 싸우다 기절까지 했는데도 쑈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폭언을 들을 때마다 숨쉬기가 힘든 과호흡 증세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증상으로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과 상담받기 위해 가해자 행동을 녹음하기 시작했어요. 그 녹음자료는 이후 이혼하려는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해자를 마지막으로 본 날, 학교 상담 선생님과 막내 아이에 대한 전화상담을 받았습니다.

가해자는 점심시간이 다 됐는데도 밥을 안 차려 준다며, 컵라면을 끊이더니 통화 중인데도 옆에서 폭언을 내뱉기 시작하더라고요. 선생님께 사과드리고 전화를 끊은 뒤 가해자에게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한다고 했더니 가해자는 뜨거운 컵라면 국물을 제 가슴을 향해 던졌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애들에게도 뜨거운 라면 국물이 튀어 다치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저는 112에 신고를 했습니다. 이날 남편은 현행범으로 잡혀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화상을 입고 흥분이 가라앉질 않아 체온이 올라가자 당시 코로나였기에 경찰관들은 연행하던 가해자를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병원에서 아이들에게 가해자가 연행된 지 30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정말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화상이 심해 입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가해자와 함께 사는 하루하루는 저에게 큰 고통이었어요.

 

 

결국 저는 경찰에 신고했던 그 날 이후부터 집을 나와 혼자 지내고 있어요. 종종 가해자에게 연락이 오는데,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영영 아이들을 보지 못할 거라고 당당하게 협박을 하거나, 집에 들어오면 이제 아무 일 없을 거라면서 함께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고 회유하기도 합니다.

저는 절대 포기할 수 없어요. 지금까지 저는 제가 없는 삶을 살았어요. 이제부터는 나라는 존재를 지운 가해자로부터 벗어나고자 합니다. 이혼하고 사회에 나와 내 인생을 살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엄마는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소중한 내 삶을 되찾고 싶어요.

 

 

저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 고통 속에서 혼자 힘들게 살았습니다. 가해자에게 피해를 입어도 아무에게도 호소하지 못했어요. 그저 혼자 묵묵히 견딜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경찰에 처음 신고했던 날, 경찰관이 광명여성의전화를 소개해주더라고요.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결코 혼자가 아니었어요. 저를 응원하고 믿어주는 많은 분이 제 곁에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처받은 제 마음을 위로해주었어요. 또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미래가 두려운 저에게 바른 진로를 선택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어요.

 

 

이제 저도 나와 비슷한 상처를 받은 많은 여성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여성에게 힘과 사랑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도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함께 이겨낼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행복한 내일을 함께 맞이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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